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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 바닥의 냉기가 발뒤꿈치를 타고 정강이를 지나, 늑골 사이까지 기어올랐다.
연서경의 가슴이 일정한 리듬으로 들썩였다. 들이쉬고, 얇게 내쉬고. 숨이 김도 없이 공기 속에 섞였다.
해부대 위 시신의 흉곽은 반쯤 열려 있었다. 갈비뼈 틈새로 보랏빛 연기가 가늘게 흘러나왔다. 피 냄새가 아니라, 오래된 마력이 계절 찌꺼기를 비벼 태운 듯한 냄새였다. 침철 냄새와 짓이긴 꽃 향이 섞여, 부검실 천장 아래에 낮게 깔려 있었다.
집게가 더 깊이 들어갔다. 심장 아래 응고된 조직이 모래처럼 와삭, 부서졌다. 시신 손끝 근육이 한숨 섞인 미동을 남기고 굳어갔다. 사흘째 죽어 있는 몸에서 나오는 마지막 저항이었다.
귀 뒤가 서늘해졌다.
기척은 없는데, 문장이 먼저 닿았다.
― 숨 막혀… 밖은 봄이라는데, 숨이 안 쉬어져…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좁혀졌다. 손놀림은 속도를 조금도 잃지 않았다. 메스가 움직이는 궤적만 더 정교하고 예민해졌다.
"핏빛 봄의 잔치, 세 번째 사망자."
짧은 혼잣말이 입 안에서 떨어졌다.
"폐포 괴사. 계절 마력 과다 노출. 조직 변색, 전건과 동일."
옆의 기록용 마도석이 낮게 진동했다. 그녀의 말이 돌 위에 새겨지면서 옅은 색의 연무가 피어올랐다. 그 연무 위로 새로운 냄새가 스며들었다.
침엽수. 젖지 않은 바늘잎. 눈 덮인 북사면을 맨손으로 긁어내린 듯한 마른 기운.
연서경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집게 끝이 심장막을 스쳤고, 금속이 연골에 부딪히는 얇은 소리가 부검실 벽을 한번 두드렸다.
뒤쪽 계단 위에서, 방음문이 닫힌 살을 벗고 열렸다.
익숙지 않은 공기와 함께 발소리가 한 칸씩 내려왔다. 군화. 무겁고 일정한 보폭. 지하 공기가 걸음마다 납처럼 눌렸다.
"출입 금지 구역입니다."
연서경은 시신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하오체였다. 깔끔하고 단단한 음정.
"시신도, 마력도, 귀하의 작위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낯선 웃음소리가 어둠을 낮게 긁었다. 쉰 숨과 힘이 섞인 음성.
"대공 전하께서 시체 썩는 냄새를 즐기시는 줄은 몰랐군요."
이번엔 말끝에 얇은 날이 섞였다.
"북부에서 난류라도 타고 내려오셨습니까."
"난류 치곤 꽤 차갑지."
마지막 계단을 딛는 소리가 뚝 끊겼다.
"죽은 자의 입을 여는 데 당신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소문을 들었지. 그래서 직접 내려왔고."
촛불이 잠깐 길게 타오르더니, 그의 그림자를 바닥에서 천장까지 끌어 올렸다. 검은 제복 위, 어깨의 은색 견장이 불빛을 짧게 튕겼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군용 망토가 발꿈치 부근에서 조용히 흔들렸다. 향료가 아주 약하게 풍겼다. 시체에서 나는 비릿한 꽃 냄새와 부딪혀, 이상하게 층이 다른 냄새가 되었다.
방 크기가 줄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벽이 안쪽으로 반 뼘씩 당겨오는 느낌.
연서경은 메스를 내려놓았다. 장갑 위에 묻은 피를 재빨리 닦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강진혁의 시선이 정면으로 꽂혔다. 표적을 찾는 사냥개 눈빛이 아니라, 칼날을 고르는 검객의 눈이었다. 한쪽 눈가엔 깊게 파인 피로의 골이 눌어붙어 있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오른쪽 가슴이 아주 살짝, 눈으로 겨우 보일 정도만큼 늦게 따라 흔들렸다.
폐. 우측 하엽.
머릿속에 투명한 해부도가 자동으로 겹쳐졌다.
"공문 없이 지하 출입은 규정 위반입니다, 대공 전하."
그녀는 선을 그은 채 거리도 유지했다.
"위반하시는 김에, 신발도 벗고 들어오시지요. 바닥 오염은 싫습니다."
그의 시선이 바닥 피자국을 쓱 훑었다. 군화 앞코에 묻은 흙을 한 번 털었지만, 피와 먼지가 그대로 눌어붙어 있었다. 그는 군화를 벗지 않은 채 한 걸음 더 안쪽으로 들어왔다.
"군화보다 더러운 건, 여기 기록되지 않은 시체들이지."
짧고 건조하게 덧붙였다.
"규정은 위에서 짜주지 않나, 연서경."
그녀의 눈이 좀 더 가늘어졌다.
"연서경(延舒卿)입니다."
"알지."
그의 입꼬리가 거의 티 나지 않을 정도로 올라갔다.
"延舒卿. 황실 검시관. 핏빛 봄의 잔치 세 사건을 연달아 기록한 유일한 사람."
촛불이 허리를 꺾듯 흔들렸다.
길어진 그림자가 부검대 위로 기어올라, 벌어진 흉곽 가장자리에 걸렸다.
"이 시신은 잔치와 무관한 일반 사건입니다."
연서경이 먼저 선을 그었다.
"북부 대공께서 찾으실 자리가 아니지요."
"무관한지 어떤지 확인하러 왔지."
그는 코끝으로 부패한 공기를 짧게 끊어 들이켰다. 얼굴이 아주 약간 일그러졌으나, 본격적인 혐오라기보다는 낯선 환경을 경계하는 주의 반응에 가까웠다.
"여기 내려온다고, 내가 위에서 받는 마력은 빠져나가지 않거든."
그의 손이 잠깐 오른쪽 가슴을 누르더니, 다시 허리 옆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다른 입을 빌릴 생각이야."
"그 입이 제 입이라면, 안타깝게도 저는 살아 있는 사람입니다."
연서경은 흉곽 위에 쇠 가림판을 올려 심장을 덮었다.
"죽은 자의 말을 대신 전하는 게 제 일이지, 살아 있는 분의 병증을 듣는 건 의원의 몫이지요."
"병세만 들으러 온 건 아니다."
그가 부검대 옆 철제 수레 가장자리에 몸을 기댔다. 쇠가 짧게 울렸다.
"혼사를 들고 왔거든."
순간 공기가 한 단계 가라앉았다.
연서경의 둘째 손가락과 셋째 손가락이 허공에 걸린 채 멈췄다. 메스도 집게도 잡지 못한 손이 허공에서 매달렸다.
"어떤 시체가 누구랑 혼례를 합니까."
목소리 높이는 변하지 않았다.
"아니면, 북부 관습은 다릅니까."
"오늘부터 같아질 거다."
강진혁이 망토 안쪽에서 두꺼운 서류철을 꺼냈다. 검은 가죽 제본에 손때가 기름처럼 번들거렸다.
탁.
철제 수레 위에 떨어지자, 안쪽 종이들이 약하게 튕겼다.
"정략결혼 계약서."
그의 목소리가 낮은 천장에 부딪혀 되돌아왔다.
"황제 폐하의 어명. 나랑, 자네."
연서경의 시선이 서류철 등에서 표지 글자, 다시 그의 목덜미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의 숨 고르기, 목 근육의 탄력이 전부 눈에 들어왔다.
"황실이 혼사를 추진한다면, 형조에서 먼저 통지가 와야 합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서류철 쪽으로 다가갔다.
"저는 직속 관원입니다. 이런 방식의 통보는… 규정에 없지요."
"규정."
그가 웃음을 한 번 헛기침처럼 터뜨렸다.
"핏빛 봄의 잔치를 규정대로 처리했나. 첫 번째 사망자. 장미 정원 분수대 옆에서 피 토하고 쓰러진 나인. 두 번째, 춤추던 궁인. 목 주변에 계절 문양 형상의 자상. 자네 보고서, 위에서 세 줄로 줄였더라."
목 뒤 피부가 얼음처럼 식었다.
누가, 어느 책상에서, 어떤 문장을 잘라냈는지 상상할 필요도 없었다. 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갔다.
"혼사로 입을 막을 생각이시라면,"
그녀는 서류철 위에 장갑 낀 손바닥을 올리고 단단히 눌렀다.
"선택을 잘못하셨습니다. 제 입은, 혼인으로 봉해지지 않습니다."
"입을 막으려면, 여기부터 막았겠지."
강진혁의 시선이 부검실 천장, 금속 환기구를 한 번 스쳤다.
"황실 검시관을 없애는 건 황제에게도 부담이지. 근데 위치를 옮기는 건… 좀 다르잖나."
그의 손이 서류철 옆 가장자리를 훑었다. 뒤에서부터 종이가 거칠게 넘어갔다. 마른 살갗을 벗겨내는 듯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울었다.
촛불이 바람도 없는데 옆으로 휘청이며, 그의 그림자를 길게 찢어 부검실 벽에 늘어뜨렸다. 검은 형태가 연서경 쪽으로 기어오는 것처럼 길게 드리워졌다.
"읽어봐."
그가 짧게 말했다.
"시간이 많진 않거든."
시간.
숨이 가늘게 끊겼다. 방 압력이 다시 한 번 아래로 내려앉았다. 폭풍 전, 공기가 땅으로 빨려 들어가기 직전의 눌린 고요가 뼈마디마다 내려앉았다.
서류철을 펼쳤다. 거칠고 마른 종이 질감이 장갑 너머로도 느껴졌다. 글씨는 흘림 없이 반듯했다. 황실 서고 전용 서체. 익숙한 곡선과 획이 줄 사이로 조밀하게 이어져 있었다.
"황실 검시관 延舒卿을… 북부 대공부 대공비로, 겸임…"
목소리는 감정 없이 밋밋하게 흘렀다.
"대공비 된 후에도 검시 권한 유지. 황궁 내 사망 사건 1차 검시 및 기록 권한, 황제 직속 승인."
손가락이 어느 한 줄에서 딱 멈췄다.
"… 단, 계절 마력 관련 기록은 황실 서고 내 '지워진 계절' 구역에 동시 편입. 출입 및 열람권, 대공 부부 공동 한정."
문장이 잠깐 물에 잠겼다가 떠오르는 것처럼 흐릿해졌다가 다시 또렷해졌다.
지워진 계절.
귀 안쪽에 다른 속삭임이 차례로 겹쳤다.
― 봄, 여름, 없어… 없다고 했어…
― 마침내 기록에서 잘라냈어…
아버지 목소리가 아니었다. 죽어가던 병사들. 굶주린 농부들. 이름 없이 묻힌 시신들. 끝맺지 못한 마지막 말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그러나 '지워진 계절'이라는 말과 함께 공식 기록에서 삭제된 이는 단 한 명이었다.
아버지.
연서경 이전의 연서경. 그녀의 스승. 최초의 황실 검시관.
손끝이 페이지 위에서 떨렸다. 장갑 안쪽, 손톱이 살에 파고들었다.
"… 황궁 내 특정 사건."
그녀는 다시 문장을 더듬었다.
"'핏빛 봄의 잔치' 관련 모든 사망 사건의 전면 기록 및… 재검시, 재조사 권한 부여."
부검실이 깊이 가라앉았다.
죽은 자들의 속삭임까지 호흡을 멈춘 것처럼 조용했다.
"혼사를 조건으로, 권한을 주겠다는 말씀이군요."
연서경이 얼굴을 들었다.
"진실에 접근할 자격을, 제게만은 주지 않겠다는 말이기도 하겠지요."
"혼사 없이도, 자격은 안 줄 거다."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골라야지. 혼사랑 권한을 같이 들고 가든지, 둘 다 놓든지."
"권력을 통해 보는 진실은 이미 변형된 진실입니다."
연서경의 음색이 한 톤 더 낮아졌다.
"전, 변형된 진실을 기록할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 위에서 하는 짓이 그거야."
그는 팔짱을 끼며 등을 편 채 어깨를 약간 돌렸다. 옷 안에서 팔 근육이 둔하게 도드라졌다.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는 것. 그게 제일 완벽한 조작이지. 없는 걸로 만드는 거."
연서경은 다시 계약서로 눈을 떨구었다.
부칙들이 깨알 같은 글씨로 빽빽했다. 재산, 호칭, 의전. 그런 건 전부 사소한 분류표처럼 보였다.
그녀는 '핏빛 봄의 잔치'라는 글자를 다시 한 번 손끝으로 따라갔다. 세 구의 시신. 두 종류의 살해 방식. 겹치는 공통점 하나. 계절 마력.
"거절하겠습니다."
서류철을 덮으며 말했다.
"혼사는 수사와 무관합니다."
촛불이 꺼질 듯 푸득였다가 다시 붙었다.
강진혁의 얼굴엔 놀람이 없었다. 오히려 기다린 표정에 가까웠다.
"알았다."
그가 턱을 짧게 끄덕였다.
"그래서 미끼를 하나 더 가져왔지."
망토 안쪽에서 이번엔 작은 나무 상자가 나왔다. 손바닥 두 개를 나란히 놓은 크기. 자물쇠 대신 오래된 황실 인장이 봉인처럼 찍혀 있었다. 모서리마다 마모된 종이가 삐져나와 있었다.
"이건 규정에 없더라."
그가 상자를 수레 위에서 밀어 연서경 앞으로 보냈다.
"위에서도, 이게 내 손에 있다는 걸 모른다."
나무가 쇠 위를 긁으며 짧게 멎었다.
건조한 마찰음이 바닥 먼지까지 건드렸다.
"열어보지요."
연서경이 봉인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굳은 왁스가 부서지는 소리를 냈다.
뚜껑이 열리며, 바랜 황백색 종이 네 장이 드러났다. 맨 위의 한 장을 집어 들자, 종이가 오래된 뼈처럼 삐걱거렸다.
숨이 한 번 걸렸다.
필체 때문이었다.
각진 획. 마지막 점에서 아주 살짝 떠는 습관.
어릴 적, 촛불 아래에서 밤마다 바라보던 손동작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 아버지."
입술이 무음으로 움직였다. 목구멍이 크게 한 번 들썩였다.
"자네 아버지가 남긴 '지워진 계절' 초고다."
강진혁이 턱으로 상자 안쪽 종이를 가리켰다.
"사계절 마력 변형 패턴. 피의 봄, 숨 막히는 여름, 사라진 가을, 얼어붙은 겨울. 이 황궁에서 어떤 실험을 했는지, 누가 지시했는지."
종이 가장자리를 잡은 손에 힘줄이 서며 장갑 위로 도드라졌다.
그녀는 종이를 펼쳤다. 잉크 절반은 지워져 있었지만, 단어들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봄 제물, 폐 괴사. 잔칫날 선택.'
'실험 대상: 북부 출신 환자. 흉곽 내 계절 문양 파편 발견.'
'주도자: 崔道潤, 尹成浩. 기록 삭제 명령. 불응 시…'
거기서 문장이 끊겼다.
잉크가 일부러 번져 있었다. 물이나 마력을 이용해 내용을 지우려 한 흔적. 그러나 이름은 끝까지 읽혔다.
崔道潤. 최도윤.
尹成浩. 윤성호.
지금 황궁을 움직이는 좌의정과 형조판서 이름이었다.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그 둘의 이름을 정확하게 적었다.
부검실 공기가 한층 더 말라붙었다. 침을 삼키자 피 맛이 옅게 배어 나왔다.
귀 안쪽에서 누군가들이 동시에 떠들기 시작했다.
― 봄 잔치였어. 숨이, 안 들어가…
― 피가, 꽃처럼 터졌어…
― 기록하지 말래. 이름 쓰지 말래…
그러나 종이 위엔 이름이 남아 있었다. 떨리는 손끝이 찍은, 지워지지 않은 글자들.
"이걸 어디서…"
연서경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 그래도 종결은 하오체였다.
"어떻게 입수하셨습니까."
"남의 폐를 뜯어 본 사람이면 눈치챘을 텐데."
강진혁이 자신의 가슴을 손등으로 한 번 쳤다.
"내 흉곽에서 나온 파편이, 여기 적힌 실험하고 같은 놈이라는 거."
연서경의 시선이 그의 흉부로 내려갔다. 갈비뼈 라인이 옷 너머로 희미하게 비쳤다.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차갑게 굳은 조직 조각, 금속 파편, 피부 아래 새겨진 계절 문양.
"대공께도 진실이 필요하시군요."
그녀의 눈이 조금 더 어두워졌다.
"누가 이걸 박아 넣었는지. 왜 북부 대공을 봄 제물로 골랐는지."
"피해자인지, 공범인지는 아직 모르겠지."
그가 짧게 목 끝을 울렸다. 자조 섞인 웃음이었다.
"그걸 밝혀줄 사람이 필요하다. 죽은 자의 입을 여는 사람. 내 장기를 매일 기록할 사람."
"그래서 혼사."
연서경의 손이 종이 위 필체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대공비가 되면, 황궁 안쪽까지 드나드는 길이 열리니까요."
"황궁은 크고 복잡한 해부 대상이거든."
그가 천천히 말을 골랐다.
"자네가 위에서 구조를 파헤치는 동안, 나는 밑에서 도륙을 막을 수 있지. 사냥꾼이 둘이면, 한 명은 추적하고 한 명은 막는다."
"전, 사냥보단 해부를 합니다만."
연서경은 건조하게 받아쳤다.
"사냥이 끝나야 해부가 시작되지."
그는 어깨를 한 번 올렸다 내렸다.
"우린 그 순서를 좀 뒤섞자는 거다. 해부하면서 동시에 사냥."
선택지는 하나로 모이고 있었다.
그녀도 알고, 그도 알고 있었다.
"이 자료들만, 제게 두고 떠나시면 안 됩니까."
연서경이 마지막으로 뾰족하게 찔렀다.
"혼사 없이도, 저는 기록할 수 있습니다."
"자네 혼자 기록해 봐."
그가 서늘하게 웃었다.
"서고 들어가는 순간 다 타 없어진다. 자네 아버지 것처럼. '지워진 계절' 구역은 열쇠 둘 있어야 열리게 만들었지. 하나는 황제. 하나는 대공. 지금 황제는, 자기 열쇠가 어디 있는지도 모를 걸."
"대공 전하 손에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래서 혼사지."
그가 돌려 말하지 않고 던졌다.
"내 옆자리를 공식적으로 차지해야, 그 열쇠에 손 댈 명분이 생긴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촛농이 떨어지는 소리와 숨소리만 남았다. 내부에서만 서서히 뜨거워지는 폭약이 점화만 기다리는 순간 같았다.
연서경은 눈을 감지 않았다. 시선도 피하지 않았다.
종이와 그의 얼굴, 그 사이를 왕복하면서 거리를 쟀다.
본능은 소리쳤다.
황궁. 대공비. 좌의정과 형조판서. 그 구조는 지옥보다 더 치밀한 도살장 구조였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 익숙한 손길 하나가 떠올랐다.
밤마다 촛불 아래서 펜촉으로 종이를 긁던 손. 죽어가는 자들 곁에서 늘 같은 말을 하던 목소리.
― 기록해라, 연서경아. 잊혀지지 않게. 두 번 죽지 않게.
손끝이 상자 가장자리를 세게 움켜쥐었다.
장갑 안에서도 관절이 하얗게 질렸다. 나무결이 손톱 아래로 깊이 패였다.
"결혼은 수단일 뿐입니다."
연서경이 분명하게 말했다.
"제 수사에 간섭하지 마십시오."
강진혁의 눈이 아주 짧게 빛을 튕겼다.
"수단이라. 듣던 대로군."
"사람들은 혼인을 명분이라고 부르지만, 저에게 혼인은 증거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녀가 덧붙였다.
"증거를 얻을 수 있다면, 제 이름 정도는 내놓을 수 있습니다."
"그럴듯하게 포장하네."
그가 비스듬히 웃었다.
"몸 판다고 하면 간단할 걸."
"대공 전하 쪽이 더 크시지요."
연서경의 입가가 아주 미세하게 휘어졌다.
"몸뿐 아니라, 목숨까지 시장에 내놓으실 생각 같으신데요."
공기가 옆으로 살짝 기울었다.
두 사람 사이로 아주 얇은 농담 한 줄기가 칼날처럼 지나갔다.
"좋아."
강진혁이 짧게 끄덕였다.
"결혼은 수단. 나도 동의한다."
그의 시선이 다시 차갑게 가라앉았다.
"대신 조건이 있다."
"듣겠습니다."
"당신이 진실을 좇는 동안,"
그가 한 발 더 다가왔다. 둘 사이 거리가 부검대 하나 높이보다 조금 좁았다.
"나는 당신 목숨 지키는 방패가 되겠다. 그게 내 계약 조건이다."
부검실 공기가 아주 살짝 떨렸다.
방패라는 단어가 가슴 한쪽에 낯선 무게로 꽂혔다. 죽은 자는 방패가 될 수 없었다. 살아 있는 자들은 언제나 그녀 옆을 스쳐 지나가 사라졌다.
"전, 방패를 요구한 적 없습니다."
연서경이 단호하게 잘랐다.
"제 일은 해부입니다. 제 목숨은… 그 업무에 덤으로 붙어 있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방패가 필요한 거고."
그의 음성이 훨씬 낮게 가라앉았다.
"자네 이름이 박힌 보고서를 찢어버리고 싶은 손이 위에 수두룩하다. 그 손이 자네 목까지 내려오기 전에, 내가 잘라내겠다는 거다."
"대공 전하께선 진실을 위한 방패십니까."
그녀가 물었다.
"아니면, 복수를 위한 칼이십니까."
"둘 다지."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복수 없인 진실까지 못 갈 거고, 진실 없인 복수도 못 해."
서슴없는 대답이라 위험했다. 꾸며낸 악의도, 외면하는 선의도 없었다. 칼집에서 칼을 꺼내듯 목적을 들이밀었다.
"좋습니다."
연서경이 숨을 깊게 들이켰다. 차가운 공기와 시체 냄새, 마력이 섞인 냄새가 폐 깊숙이 들어갔다.
"그 조건, 문서에 명시하십시오. 제 수사에 간섭하지 않을 것. 제 보고를 황제와 동급으로 취급할 것. 제 생명에 대한 위협이 감지될 경우, 대공 전하께서 1차 방어 책임을 지실 것."
"서류에 피로 쓰면 되겠네."
그가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잉크로 충분합니다."
연서경이 즉시 잘랐다.
"피는, 죽은 자에게서만 받겠습니다."
강진혁의 눈썹이 아주 조금 치켜올라갔다.
"유감이군."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허리춤에서 짧은 단검을 뽑아 들었다. 칼날이 촛불을 스치며 번쩍였다. 부검실의 빛과 공기가 칼끝으로 몰렸다.
연서경의 어깨 근육이 즉각적으로 굳어졌다. 그래도 발은 움직이지 않았다.
"무장하고 검시실에 들어오신 겁니까."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고르게 떨어졌다.
"규정 위반, 하나 더 추가입니다."
"자네도 규정을 조금은 부숴야지."
강진혁이 서류철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서명란 위엔 이미 붉은 황제 도장이 짙게 박혀 있었다. 압력을 많이 준 탓인지, 붉은 색이 종이 뒷면까지 번져 나가 있었다.
"이제 여기에 자네 이름이 필요하다."
그가 단검을 빗각으로 돌렸다.
"황궁은 상징에 미친 곳이다. 피로 서명하면, 아무도 이 계약을 무시 못 해."
"마도 계약 방식입니까."
연서경의 눈이 조금 더 좁아졌다.
"피와 마력을 묶어서 효력을 고정하는 방식. 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 줄 알았는데요."
"요즘은 아니지."
그가 가볍게 웃었다.
"그래서 더 무겁게 먹혀. 오래된 방식일수록 위에겐 더 부담스럽거든."
"제 피를 쓰면, 제 목숨도 이 계약에 묶이겠지요."
연서경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목덜미를 스쳤다.
"계약을 파기하려면, 먼저 저를 죽여야 한다는 뜻이 될 테니."
"마음에 안 드나."
그가 칼끝을 종이에서 떼며 말했다.
"대공비를 쉽게 교체 못 하겠지."
"죽은 자의 기록을 지우려다, 먼저 살아 있는 사람을 죽여야 한다."
연서경이 천천히 문장을 굴렸다.
"나쁘지 않네요. 방패가 하나 더 생기는 셈입니다."
그가 단검을 그녀 쪽으로 내밀었다.
"손가락."
연서경은 잠시 칼날을 바라봤다. 새로 올라온 시신을 관찰할 때처럼, 담담하게.
장갑 끝을 잡아당겨 왼손 검지를 드러냈다. 피기 없는 피부와 가지런한 손톱이 촛불 아래서 흰빛을 띠었다.
손가락을 내밀자, 칼끝이 살을 스쳤다.
따끔한 감각이 짧게 올라왔다가 곧 무뎌졌다. 죽은 자의 살을 늘 갈라왔던 손이었다. 언젠가는 자기 살도 한 번쯤 베어야 했다.
피가 한 방울, 손가락 끝에 둥글게 맺혔다. 촛불빛을 받아 붉은색과 검은색 사이에서 깜빡였다.
"후회 안 하겠나."
강진혁이 낮게 물었다.
"후회는 기록 맨 뒤에 붙는 부록입니다."
연서경이 답했다.
"지금은, 본문만 씁니다."
피가 종이 위로 떨어졌다.
치익.
마력이 종이 섬유를 타고 스며들며 얇은 소리를 냈다. 뜨거운 쇳조각을 눈덩이 위에 올려둔 듯 짧은 증기가 일었다. 계약서 가장자리 문양이 은은하게 빛을 띠더니, 서서히 가라앉았다.
"이제, 법적으로 북부 대공부의 부인이야."
강진혁이 종이를 천천히 접었다.
"황궁의 반은, 자네 마음대로 가르고 열어봐도 된다."
"절반이면 충분합니다."
연서경이 손가락을 한 번 털어 남은 피를 떨궜다. 장갑을 다시 끼고 부검실 구석 손세정대 쪽으로 걸어갔다. 찬 물이 손등을 때렸다. 피와 함께 손끝에 남아 있던 미세한 떨림이 물 속으로 씻겨 내려갔다.
"대신,"
그녀가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며 말을 이었다.
"핏빛 봄의 잔치. 그 사건이 우선입니다. 다른 걸 앞에 세우지 마십시오."
"황제의 연회야."
그가 어깨를 살짝 돌렸다.
"도살장으로 만들 셈인가."
"벌써 피를 썼습니다."
흰 면 수건에 옅은 혈흔이 번졌다.
"첫 방울은 계약서 위에, 다음 방울은 연회장 바닥에. 순서만 남았지요."
그는 잠시 그녀를 탐색하듯 응시했다. 눈가에 미묘한 기색이 스쳤다. 경계와 흥미가 섞인 표정.
"부검실을 뜨기 전에 하나 더."
그가 말을 돌렸다.
"추워 보인다."
강진혁이 망토를 벗어 옆 의자에 툭 올려놓고, 다른 것을 꺼냈다. 진회색 두꺼운 외투. 안감은 검은 털로 꽉 차 있었다. 북부 겨울용 방한복.
"이건 규정 위반 아니겠지."
그가 외투를 그녀 쪽으로 밀었다.
"지하에서 며칠을 새웠다더라. 부검실 냄새가 몸에 밸 정도로."
외투에서 북부 냄새가 번졌다. 침엽수, 마른 가죽, 차가운 바람 냄새. 피와 부패 냄새와는 다른 계열의 냄새였다.
연서경의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움찔했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얼어붙은 짐승이 갑자기 불 가까이 끌려온 것처럼, 근육이 잠깐 헛 긴장을 했다.
"대공비 될 사람을 냉동 창고에서 꺼내 황궁까지 끌고 가면, 의전관들 시끄럽거든."
그가 건조하게 덧붙였다.
"입어. 병 나면 귀찮아지니까."
"입지 않아도, 제 몸은 제가 책임집니다."
입은 그렇게 대꾸했지만 손은 이미 외투 소매를 잡고 있었다.
안감 털이 손등을 스치는 순간, 감각이 잠깐 흐려졌다. 부드럽고 두터운 온기가 살 위로 번졌다. 북부 겨울을 버티게 만들기 위해 지어진 옷이었다.
팔을 끼우자 외투가 어깨를 감싸며 냉기를 가뒀다. 가슴 안쪽으로 서서히 열기가 밀려들었다. 방이 약간 넓어지는 느낌. 조금 전까지 안쪽으로 파고들던 벽들이 잠시 멈춰 선 것처럼.
"감사는 필요 없다."
강진혁이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대신, 다음 수사 대상을 말해봐."
"황궁 연회장 중앙무대, 앞에서 열세 번째 기둥."
연서경은 주저하지 않았다.
"첫 번째 잔치 때 나인이 쓰러진 위치입니다. 오늘 연회에서도 그 지점을 통과하는 동선부터 확인하겠습니다."
"더."
"장미 정원 쪽 배수로."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피가 흘러내리기 좋은 각도입니다. 누가 그리로 유도했다면, 물길과 돌 틈에 흔적이 남아 있을 겁니다."
"좋지."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연회 끝나면 그쪽부터 봉쇄하자. 근위대장 설득은 내가 한다."
"허락받고 검시하는 건 익숙하지가 않습니다."
연서경이 짧게 내뱉었다.
"대공 전하께서 방패가 되신다 했으니, 의전이랑 근위는 전하 몫이지요. 저는, 쓰러지는 사람부터 봅니다."
"쓰러지는 사람이 나일 수도 있잖아."
그가 낮게 말했다.
"그러면 제겐 편리합니다."
그녀가 담담하게 받아쳤다.
"대공 전하의 폐를 현장에서 곧장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잠깐, 얇은 정적이 부검실을 스쳤다.
그 속에서 서로의 숨소리가 도드라져 들렸다. 한쪽은 약간 거칠고, 한쪽은 여전히 일정했다.
"위에 마차를 대기시켜 놨다."
그가 계단 쪽을 가리키며 몸을 돌렸다.
"필요한 장비는 다 챙겨. 연회장에서 바로 검시하게 될 거니까."
"검시 도구가 드레스보다 무겁습니다."
연서경이 뒤따르며 말했다.
"의전관들 얼굴 구경 좀 하겠군요."
"구경할 틈이 있을지 모르지."
그가 계단을 올라가며 어깨 너머로 던졌다.
"핏빛 봄의 잔치. 오늘 네 번째 시체가 나올 테니까."
계단을 오르자 지하의 차가운 공기가 조금씩 옅어졌다. 대신 위쪽에서 여러 소리가 내려왔다. 마차 바퀴가 돌 바닥을 긁는 소리. 말 울음. 병사들의 구령.
부검실 문을 밀고 나가자, 황궁 후문이 눈앞에 펼쳐졌다. 밤공기 위로 연회 준비 등불이 군데군데 타올랐다. 붉은 종이등이 바람에 흔들리며 빛과 그림자를 흩뜨렸다.
마차는 검은 광택이 나는 몸체에, 은색 문장이 박혀 있었다. 얼어붙은 가지를 감싼 계절 문양. 북부 대공가의 상징이었다.
마차 옆엔 병사들이 줄을 맞춰 서 있었다. 호흡까지도 맞춘 듯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창끝이 한 방향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연서경은 외투 깃을 목까지 올렸다. 북부의 온기가 피부 아래까지 파고들었다. 얼어붙은 내장이 서서히 온도를 되찾는 기분이 들었다.
"연서경."
강진혁이 마차 문을 열며 불렀다.
방금 전보다 한 톤 내려간 목소리. 쉰 숨 사이로 거친 호흡이 아주 희미하게 섞였다. 폐가 이미 부담을 받고 있다는 증거였다.
"대공비."
그가 호칭을 바꾸었다.
"타."
"대공 전하께서 이렇게 직접 문을 여시네요."
연서경이 문턱 앞에서 멈춰 섰다.
"북부의 예법입니까."
"황궁 예법은 모르겠고."
그가 짧게 웃었다.
"사냥터 갈 땐 동행자 발을 직접 확인하는 편이라서."
"사냥감이 아니라, 사냥꾼입니다."
그녀가 한 발을 올렸다.
"폭탄은 제가 들고 있죠."
"기폭은 내가 하고."
그가 뒤에서 가볍게 받았다.
마차 안은 예상보다 훨씬 따뜻했다. 두꺼운 담요와 쿠션이 좌석을 메우고, 구석에 놓인 작은 난로에서 붉은 불이 살아났다. 공기엔 차향이 옅게 섞여 있었다. 쌉싸래한 잎차 냄새.
부검실의 냉기와 시체 냄새로 채워졌던 지난 이틀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온기였다.
"타는 김에, 이거라도 마셔."
그가 은제 잔을 건넸다. 조그마한 김이 잔 위에서 일렁였다.
연서경은 잔 안쪽을 잠시 들여다봤다. 표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과, 비스듬히 겹쳐진 그의 얼굴이 물결에 일그러져 섞였다.
"검시 전에 취식은…"
익숙한 원칙이 입술까지 올라왔다가, 그녀가 문장을 틀었다.
"… 원칙적으로 피해야 합니다만, 오늘은 예외로 두겠습니다."
손이 잔을 받았다. 뜨뜻한 온기가 장갑을 타고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그제야 몸이 다시 무게를 되찾은 느낌이 들었다. 시체들 사이에서 다 축 나버린 살이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느낌.
"이 정도 특혜는 대공비한테만 주는 거다."
강진혁이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대공 전하의 특혜는 나중에 기록하겠습니다."
연서경이 잔을 들어 올렸다.
"증거 목록에요."
마차 바퀴가 덜컹이며 굴러가기 시작했다. 돌바닥 위를 미끄러지며 나는 소리가 귀 뒤를 긁었다. 창밖 황궁 후문이 빠르게 뒤로 밀렸다.
연서경은 창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연회장 쪽 높다란 발코니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미 등불이 줄줄이 켜져 있었고, 가는 실루엣들이 그 위를 오갔다. 명문가 부인들, 대신들, 혹은 그 뒤에 숨은 다른 누구.
그림자 무리 중 하나에서 눈길이 멈췄다.
다른 그림자와 달리 움직이지 않는 형체였다. 마치 그 하나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정지.
목 뒤 피부가 서늘하게 곤두섰다. 박하를 바른 듯 싸늘한 기운이 뒷목으로 스며들었다.
"보이냐."
강진혁이 맞은편에서 창밖을 흘깃 보며 물었다.
"황궁. 오늘 밤 피가 더해질 자리."
"네 번째 기록이 될 겁니다."
연서경이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리고, 첫 번째 반격."
마차가 발코니 아래를 지나가는 순간, 시야 각도가 바뀌었다. 위에서 내려오던 그 차가운 시선이, 일순 마차 안쪽까지 파고든 것처럼 느껴졌다. 어두운 유리창 너머로 누군가의 눈빛이 잠깐 겹치는 기분.
심장이 한 번 목까지 튀어 올랐다.
연서경의 손이 자동적으로 외투 깃을 더 끌어올렸다.
마차 문이 바깥 소리를 완전히 차단하듯 쾅 닫혔다.
위에서 누가 내려다보고 있는지.
그 시선의 주인이 '지워진 계절'을 설계한 자들 중 하나인지.
그 답은 오늘 밤 연회장에서, 바닥에 번지는 피가 먼저 말해 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