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향이 썩은 살점 냄새를 덮으려 발버둥 쳤다. 황제의 침전은 금박을 입힌 거대한 무덤이었다. 화려한 장식 아래로 악취가 진동했다. 연서경은 젖은 흙을 밟듯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손등에 번진 검은 반점이 맥박에 맞춰 꿈틀거렸다. 품에 안은 보고서가 쇳덩이처럼 가슴을 눌렀다.
황제는 침상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 그를 둘러싼 금빛 마력이 끈적한 점액처럼 공기 중을 떠다녔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가 타들어 갔다. 서경은 멈춰 서서 턱을 치켜올렸다. 시선은 황제의 흐릿한 눈동자를 정면으로 꿰뚫었다.
"늦었군, 검시관."
낮게 깔린 목소리가 바닥을 훑었다. 황제가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서 금빛 불꽃이 튀었다. 서경은 대답 대신 피에 젖은 보고서를 꺼내 들었다. 말라붙은 혈흔 때문에 종이 끝이 날카로웠다.
"폐하의 마력은 역사를 덮을 수 있을지 모르오."
서경이 보고서를 펼쳤다.
"하지만 이 뼈에 새겨진 진실은 해부할 수 없소."
황제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마력의 압력이 어깨를 짓눌렀다. 뼈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지만, 그녀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첫 번째 희생자, 궁녀 이소영. 사인은 경추 골절 및 폐 파열."
낭독하는 목소리가 정적을 찢었다. 침전 구석에서 부채를 접는 소리가 들렸다. 최도윤이 우아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기록은 해석하기 나름이지. 그건 단순한 사고였네, 연 검시관."
서경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직 황제에게만 집중했다.
"사고가 아니오. 흉곽 안쪽에 남은 자상은 검신이 뒤틀리며 마력을 주입한 흔적이오. 제국에서 이런 궤적을 그리는 검은 단 하나뿐이오."
서경이 바닥에 하얀 뼛조각을 던졌다. 날카로운 홈이 파인 쇄골 조각이었다. 기계로 깎아낸 듯 정교한 흔적.
"황실의 보검, '계절의 끝'이 남긴 낙인입니다."
황제의 얼굴에서 여유가 씻겨 나갔다. 금빛 마력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가구들을 들이받았다.
"네년이 감히 누구를 문초하려 드느냐!"
고함과 동시에 문이 박살 났다. 근위대 수십 명이 칼날을 세우며 들이닥쳤다. 금속음이 고막을 찔렀다. 서경은 보고서를 높이 쳐들었다.
"이 종이 뭉치가 당신이 지운 사람들의 비명이오. 뼈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그때, 거대한 그림자가 서경의 앞을 가로막았다. 강진혁이었다. 그의 어깨에서 서리 마력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근위대들이 뱀을 본 쥐처럼 주춤거렸다.
"비켜라, 강진혁. 이건 반역이다."
최도윤의 목소리에 날이 섰다. 진혁은 대답 대신 품에서 대공의 인장을 꺼냈다. 푸른 보석이 박힌 황금 덩어리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챙그랑!
파편이 튀며 응축된 마력이 푸른 불꽃으로 타올랐다. 진혁이 미리 설치해둔 증폭 장치가 공명하기 시작했다. 서경의 목소리가 황궁 전체로 울려 퍼졌다.
"나는 대공의 자리를 버린다. 오직 이 기록의 증인이 되기 위해."
진혁이 검을 뽑았다. 그의 등은 거대한 방벽처럼 서경을 보호했다. 서경은 멈추지 않고 다음 장을 넘겼다.
"두 번째 희생자 김진우, 세 번째 박명석, 네 번째..."
이름이 불릴 때마다 황제의 안색이 잿빛으로 변했다. 지워졌던 역사가 실체를 얻어 되살아났다. 최도윤이 마력을 갈무리하려 손을 뻗었지만 이미 늦었다. 목소리는 성벽을 넘어 저잣거리까지 쏟아졌다.
근위대원들의 손이 떨렸다. 누군가는 죽은 이의 동료였고, 누군가는 형제였다. 칼날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기록을 파기하라! 당장!"
황제가 직접 검을 형상화하며 달려들었다. 진혁이 서리 섞인 칼날로 그 공격을 받아냈다. 불꽃이 튀고 굉음이 침전을 뒤흔들었다.
"연서경, 계속해!"
진혁의 근육이 스프링처럼 팽팽하게 당겨졌다. 서경은 잉크병을 열고 '검은 새벽의 기록' 마지막 장을 펼쳤다.
"마지막 희생자, 연호. 나의 아버지."
깃펜을 쥔 손이 잠시 떨렸으나 이내 잉크가 종이를 파고들었다. 서각거리는 소리가 마력의 소음 속에서도 선명했다.
"그는 배신자가 아니었소. 당신들의 실험을 기록하려 했던 유일한 증인이었소."
서경은 아버지의 이름 옆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기록자 연서경.
황제의 마력이 유황 냄새를 풍기며 사그라졌다. 최도윤은 패배한 늑대처럼 뒷걸음질 쳤다.
"이제 끝났소."
서경의 선언과 함께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먼지 너머로 진실을 마주한 군중의 함성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진혁이 검을 거두고 서경의 피 묻은 손을 감싸 쥐었다.
"가자. 이제 새벽이다."
무너진 침전을 빠져나오자 시린 보랏빛 안개가 가득했다. 차가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왔다. 서경은 비틀거렸다. 진혁이 그녀를 부축해 어깨를 내어주었다. 숲의 향기와 온기가 전해졌다.
"박하온이는요?"
"무사해. 이설화가 데리고 나갔다."
멀리 지평선에서 붉은 해가 고개를 내밀었다. 어둠이 걷히고 빛이 대지를 비추었다.
"이제는 기록자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군."
"그러지. 그렇게 될 거다."
서경은 품 안의 기록을 갈무리했다. 보고서 끝머리에 적힌 '여섯 번째 계절'이라는 메모가 떠올랐다. 황제는 무너졌으나, 그가 남긴 뒤틀린 씨앗은 제국 곳곳에 숨어 있었다.
"강진혁 씨."
"말해."
"차 한 잔 마시고 싶소. 아주 따뜻한 걸로."
진혁이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칼에 얼굴을 묻었다.
"세상에서 제일 뜨거운 놈으로 준비하지."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검은 새벽은 끝났다. 하지만 새로운 아침이 가져올 진실은 아직 해부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서경은 눈을 감았다. 죽은 자들의 비명은 멈췄다. 이제는 산 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차례였다.
손등의 검은 반점이 조금씩 옅어지고 있었다. 진혁이 그녀를 안아 올렸고, 서경은 그의 품에서 까무러치듯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더 이상 시신을 닦지 않았다. 대신 푸른 들판을 달리는 아이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제국의 역사가 다시 쓰일 준비를 마쳤다. 서경의 깃펜은 다음 진실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었다. 그것이 검시관의 숙명이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새벽을 맞이했다. 미래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이 순간의 온기는 진실이었다.
다음 날 아침, 서경의 책상 위에는 정체불명의 서신 한 통이 놓여 있었다. 봉투에는 낯선 꽃 문양과 함께 단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여섯 번째 계절이 시작되었다.'
Connexion requise
Les chapitres gratuits (1–6) sont accessibles à tous. Connectez-vous pour lire les chapitres restants. La création de compte est gratuite !
침향이 썩은 살점 냄새를 덮으려 발버둥 쳤다. 황제의 침전은 금박을 입힌 거대한 무덤이었다. 화려한 장식 아래로 악취가 진동했다. 연서경은 젖은 흙을 밟듯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손등에 번진 검은 반점이 맥박에 맞춰 꿈틀거렸다. 품에 안은 보고서가 쇳덩이처럼 가슴을 눌렀다.
황제는 침상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 그를 둘러싼 금빛 마력이 끈적한 점액처럼 공기 중을 떠다녔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가 타들어 갔다. 서경은 멈춰 서서 턱을 치켜올렸다. 시선은 황제의 흐릿한 눈동자를 정면으로 꿰뚫었다.
"늦었군, 검시관."
낮게 깔린 목소리가 바닥을 훑었다. 황제가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서 금빛 불꽃이 튀었다. 서경은 대답 대신 피에 젖은 보고서를 꺼내 들었다. 말라붙은 혈흔 때문에 종이 끝이 날카로웠다.
"폐하의 마력은 역사를 덮을 수 있을지 모르오."
서경이 보고서를 펼쳤다.
"하지만 이 뼈에 새겨진 진실은 해부할 수 없소."
황제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마력의 압력이 어깨를 짓눌렀다. 뼈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지만, 그녀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첫 번째 희생자, 궁녀 이소영. 사인은 경추 골절 및 폐 파열."
낭독하는 목소리가 정적을 찢었다. 침전 구석에서 부채를 접는 소리가 들렸다. 최도윤이 우아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기록은 해석하기 나름이지. 그건 단순한 사고였네, 연 검시관."
서경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직 황제에게만 집중했다.
"사고가 아니오. 흉곽 안쪽에 남은 자상은 검신이 뒤틀리며 마력을 주입한 흔적이오. 제국에서 이런 궤적을 그리는 검은 단 하나뿐이오."
서경이 바닥에 하얀 뼛조각을 던졌다. 날카로운 홈이 파인 쇄골 조각이었다. 기계로 깎아낸 듯 정교한 흔적.
"황실의 보검, '계절의 끝'이 남긴 낙인입니다."
황제의 얼굴에서 여유가 씻겨 나갔다. 금빛 마력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가구들을 들이받았다.
"네년이 감히 누구를 문초하려 드느냐!"
고함과 동시에 문이 박살 났다. 근위대 수십 명이 칼날을 세우며 들이닥쳤다. 금속음이 고막을 찔렀다. 서경은 보고서를 높이 쳐들었다.
"이 종이 뭉치가 당신이 지운 사람들의 비명이오. 뼈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그때, 거대한 그림자가 서경의 앞을 가로막았다. 강진혁이었다. 그의 어깨에서 서리 마력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근위대들이 뱀을 본 쥐처럼 주춤거렸다.
"비켜라, 강진혁. 이건 반역이다."
최도윤의 목소리에 날이 섰다. 진혁은 대답 대신 품에서 대공의 인장을 꺼냈다. 푸른 보석이 박힌 황금 덩어리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챙그랑!
파편이 튀며 응축된 마력이 푸른 불꽃으로 타올랐다. 진혁이 미리 설치해둔 증폭 장치가 공명하기 시작했다. 서경의 목소리가 황궁 전체로 울려 퍼졌다.
"나는 대공의 자리를 버린다. 오직 이 기록의 증인이 되기 위해."
진혁이 검을 뽑았다. 그의 등은 거대한 방벽처럼 서경을 보호했다. 서경은 멈추지 않고 다음 장을 넘겼다.
"두 번째 희생자 김진우, 세 번째 박명석, 네 번째..."
이름이 불릴 때마다 황제의 안색이 잿빛으로 변했다. 지워졌던 역사가 실체를 얻어 되살아났다. 최도윤이 마력을 갈무리하려 손을 뻗었지만 이미 늦었다. 목소리는 성벽을 넘어 저잣거리까지 쏟아졌다.
근위대원들의 손이 떨렸다. 누군가는 죽은 이의 동료였고, 누군가는 형제였다. 칼날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기록을 파기하라! 당장!"
황제가 직접 검을 형상화하며 달려들었다. 진혁이 서리 섞인 칼날로 그 공격을 받아냈다. 불꽃이 튀고 굉음이 침전을 뒤흔들었다.
"연서경, 계속해!"
진혁의 근육이 스프링처럼 팽팽하게 당겨졌다. 서경은 잉크병을 열고 '검은 새벽의 기록' 마지막 장을 펼쳤다.
"마지막 희생자, 연호. 나의 아버지."
깃펜을 쥔 손이 잠시 떨렸으나 이내 잉크가 종이를 파고들었다. 서각거리는 소리가 마력의 소음 속에서도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