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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차가운 모래에 칼날을 꽂다

묘시(卯時)의 바람이 만경표국(萬鏡鏢局) 시표장(試鏢場)의 모래언덕을 스치자 황사가 머리부터 얼굴까지 내리쏟아져, 얼굴 가죽을 죄는 듯 바람이 불어왔다. 가는 모래가 옷깃 사이로 파고들어 뒷목을 붉게 간지럽히는 작은 뾰루지가 돋아났다. 월정주(岳停舟)는 빨아서 하얗게 해진 청색 무명 웃을 입고 허리 옆에 찬 독을 바른 비밀 칼날 자루에 손가락을 얹었다. 칼날의 차가움이 얇은 천 두 겹 사이로 스며들어 피부에 스며들어 손가락 마디가 얼어붙을 듯 저려왔다. 부츠 바닥이 반 치(寸)나 쌓인 부드러운 모래에 파묻히자, 거친 모래알이 무명 버선을 스치며 발목뼈를 깎아내는 듯한 통증이 뛰었다. 정담결(靜潭訣)을 조용히 운기하여 열두 단계의 공력을 눌러내자, 몸 주변의 기운이 꺼져가는 촛불처럼 희미해졌고, 장 주변 서른여러 명의 숨소리, 맥박, 영기(靈氣)가 흐르는 파동이 모래 표면의 진동을 타고 순식간에 감각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중 세 명의 기해(氣海)가 동요하는 생면부지의 사람이 특히 눈에 띄었다. 하나는 양초를 나르는 표사(鏢師) 무리 속에 섞여, 어린아이만 한 아이의 등 뒤에 반쯤 몸을 숨기고 있었는데, 옷자락에 희미한 송연묵(松煙墨) 냄새가 배어 있었다. 천명서(天命書) 외곽 인원들이 습관처럼 피운 벌레 쫓는 향이었다. 나머지 두 명은 서쪽의 표기(鏢旗) 깃대 아래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고, 손가락으로 무의식중에 허리 옆의 동제 장식을 만지작거렸다. 그 장식에 새겨진 천명문(天命紋)은 닳아 반들반들해져, 바람이 불면 가는 차가운 빛을 흔들어냈다. 바람 속에는 새로 칠한 표기의 동유(桐油) 냄새가 떠다녔고, 며칠 전 칼 시험에서 남은 철 녹 냄새와 섞여, 망루 옆 마구간에서 날아온 마른 풀 비린내를 뒤집어썼다. 코끝이 시큰거려, 두어 번 재채기를 해서야 눌러낼 수 있었다. 그의 시선은 장 가운데에 선 축한리(祝寒梨)에게로 떨어졌다. 그녀는 일신의 검은색 무장을 입고 있었고, 소매는 팔뚝까지 걷어 올라, 손목에 희게 벌어진 세 개의 낡은 상처 자국이 드러났다. 허리 옆의 가전 영경(靈鏡)은 일부러 옷 밖으로 내놓았는데, 거울 표면의 촘촘한 운문(雲紋) 속에 몇 줄기의 얕은 자국이 박혀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만 리 표를 갈 때 현철화살(玄鐵箭)을 막으며 남긴 흔적이었다. 차갑고 하얀 반사광이 관례대(觀禮臺)를 스치자, 앞줄에 앉은 사람들은 눈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마치 공력 운행에 실수한 듯, 은창대를 짚고 두어 번 기침을 하며 귀 끝이 주사(朱砂)에 빠진 듯 붉어졌다. 허리 옆에 드리운 손가락이 은주판을 살짝 스치며 거꾸로 세 개의 흑단 알을 미끄러뜨렸다. 이는 그녀가 위험을 계산하는 오래된 습관이었다. 세 알을 거꾸로 미는 것은 오늘 거래의 이익이 대가의 세 배 이상임을 의미했다. 월정주의 허리에 찬 부드러운 주머니에는 방금 숨겨둔 칠일 사선(七日死線) 밀명이 꽂혀 있었다. 질긴 종이의 거친 가장자리가 허리와 배의 부드러운 살을 깎으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일깨워주었다. 그는 소매를 들어 이마에 스며든 땀을 닦으며 팔을 올리는 동작을 빌어 세 손가락을 굽혀, 장 가운데를 향해 살짝 누르는 시늉을 했다. 이는 둘 사이에 약속한 암어였다. 세 첩자가 모두 제자리에 있으니,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라는 뜻이었다. 축한리는 눈초리로 그 동작을 스치고 지나가며, 손가락을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창대의 미끄럼 방천 감은 천에 꽉 쥐었다. 그녀는 일부러 은창을 모래 속에 힘껏 꽂으며, 반 분(分)의 영기를 퍼내어 창끝이 황사를 사람 키 반쯤 튀기자, 주위를 둘러싼 표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아무도 그녀가 일부러 드러낸 창대의 미세한 흔들림이라는 허점을 눈치채지 못했다. 표기 깃대 아래 기대어 있던 두 첩자가 서로 눈을 마주치자, 발끝으로 땅을 찍고 동시에 날아와 달려들었다. 허리 옆의 단도가 칼집에서 빠져나오는 날카로운 소리가 고막을 찌르는 듯했고, 칼날의 빛은 차갑게 빛나며 곧장 축한리의 허리 옆 영경을 내리찍었다. 표사 무리 속에 숨어있던 세 번째 첩자도 움직였다. 마취약을 바른 손가락으로 바로 앞에 선 어린아이의 뒷목을 잡으려 하며, 인질을 방패로 삼아 두 사람의 동작을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월정주는 발끝으로 땅을 차고 날아가며, 형률사(衡律司)의 제식 잡기 수법을 쓰지 않고, 강호에서 가장 흔한 피공장(劈空掌)만을 사용했다. 장풍이 가장 앞에 선 자의 장도를 먼저 치우치게 하자, 칼날이 그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며 바람이 피부를 아프게 스쳤고, 칼날에 스며든 오랜 피비린내까지 풍겼다. 그는 몸을 돌려 두 번째 사람의 무릎을 걷어찼고, 뼈가 부러지는 바삭한 소리가 그 사람의 낮은 신음과 함께 모래 위에 떨어졌다. 동시에 손을 뻗어 그 어린아이의 뒷옷깃을 잡아 뒤로 내던지며, 아이 몸에 묻은 양초의 보리짚 냄새가 얼굴을 덮었다. 아이를 안전한 표사 무리 속으로 보내고, 손가락으로 세 번째 사람의 뒷목을 잡으러 가던 중, 다가와 사람을 받으러 온 축한리의 허리 옆을 스치게 되었다. 바로 그녀가 밖으로 내놓은 가전 영경에 부딪힌 것이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차가움이 손가락 끝을 타고 순식간에 경맥으로 퍼져, 몸의 절반이 마비된 듯했다. 마치 사람 전체가 섣달의 찬 못 속에 빠진 것 같았다. 영경이 갑자기 연한 금색의 부드러운 빛을 터뜨리며, 반 장(丈) 높이의 빛 그림자가 두 사람 머리 위에 떠올랐다. 빽빽한 사람 이름이 빛 속에서 굴러다니고, 각 이름 뒤에는 주홍색 숫자가 표시되어 있었는데, 마치 달아오른 가는 바늘처럼 사람의 눈동자를 찌르는 듯했다. 차가운 빛이 드러난 피부에 떨어지자, 황사를 일으키는 바람보다도 세 배는 더 차가웠다. 주위의 표사들이 순식간히 소란스러워졌다. 누군가 놀라 소리치며 앞으로 밀려들어, 빛 속에 무엇이 있는지 뚜렷이 보려 했다. 부츠 바닥이 황사를 쓸며 와르르 소리를 내며, 이내 둘러싸려는 기세였다. "시표(試鏢) 중 공력이 폭주했으니 모두 물러나라!" 월정주가 호통을 쳤다. 목소리는 거칠고 완전히 강호를 떠도는 무인의 태도였으며, 목소리를 일부러 너무 낮게 깔아서 성대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는 몸을 돌려 영경 앞을 가로막으며, 아직 반응하지 못한 세 첩자의 뒷목을 차례로 한 번씩 내리쳤다. 암경(暗勁)이 정확히 세 사람의 기해를 봉했고, 세 사람은 부드럽게 쓰러져 기절했다. 뒷목 뼈가 부러지는 바삭한 소리가 연달아 사람들의 귀에 떨어졌다. 그는 영경을 축한리 품에 쑥 밀어넣으며 일부러 투덜거렸다. "이 녀석, 무슨 야생 무공을 연마했기에 집안 보물에까지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게 만든 거야? 빨리 거둬들이지 그래!" 축한리는 반응이 매우 빨랐다. 즉시 영경을 옷깃 가장 안쪽에 넣었다. 얇은 면소재가 악정주의 아직 차가운 손가락 끝을 스쳤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잇따라 사과하며, 뒤따라 온 표두를 향해 돌아서서 말했는데, 그 어조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이 세 명의 소란을 피운 도둑놈들을 장방에 끌고 가서 가둬라. 내가 일 끝나면 직접 심문할 거야. 오늘 본 일을 누구라도 반 자라도 밖에 발설하면 표국 규율에 따라 혀를 뽑을 것이다. 표국이 기르는 삼도육동의 규율은 장식품이 아니야." 표사들은 연신 대답하며 감히 묻지도 못하고, 기절한 세 사람을 끌고 빠르게 물러났다. 현장에는 온 바닥의 황사와 흩어진 칼집만 남았다. 바람이 모래알을 휘날리며 칼집의 동제 장식에 부딪쳐 가는 '딸랑' 소리를 냈다. 악정주는 몸에 묻은 모래를 털었고, 손가락 사이의 가는 모래가 살살 떨어졌다. 그는 축한리를 따라 표국 후원 주택으로 걸어가며, 일부러 오늘 표를 보는 것이 불길했고, 아무 이유 없이 온몸에 피비린내가 밴 것처럼 투덜댔다. 축한리는 옆에서 걸으며 한참 웃으며 사과했다. 사람이 없는 복도로 들어서자, 복도 아래 매달린 동령이 바람에 흔들려 '딸랑딸랑' 가는 소리를 냈고, 두 사람은 뜻밖에도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발 아래 나무판자가 밟히며 살짝 '삐걱' 소리를 냈다. 두 개의 비밀문을 돌아서자, 부하들이 이미 와서 보고했다. 시표장의 이상 현상은 이미 진압되었고, 그 세 명의 하급 첩자가 휴대한 물건에서 천명서의 외곽 동령만 발견되었으며, 두 사람의 동맹을 이끌어낼 만한 흔적은 남지 않았다. 축한리는 가장 안쪽에 배꽃 무늬가 붙은 나무문을 열었다. 솔나무 숯의 따뜻함이 달콤하고 담백한 배꽃 향기와 섞여 퍼지며, 사람의 온몸을 따뜻하게 감쌌다. 그녀는 몸을 비켜 악정주를 먼저 들여보내며, 목소리를 낮춰 단 네 글자만 말했다. "들어가서 자세히 얘기하자." 문을 들어서는 순간, 부츠 바닥에 묻은 황사가 배나무 바닥을 스치며 가는 '스르륵' 소리를 냈다. 축한리는 뒤로 손을 돌려 세 개의 비밀 자물쇠를 잠갔고, '딸각' 세 번의 맑은 소리와 함께 복도 아래의 동령 소리가 순식간에 멀어졌다. 솔나무 숯의 따뜻함이 달콤하고 담백한 배꽃 향기와 함께 다시 퍼져, 시표장에서 묻은 온몸의 차가움을 쓸어냈다. 방금 긴 칼이 바람을 가르며 스치며 아팠던 뺨이 드디어 서서히 따뜻해졌다. 창가에 있는 발보상에는 세 겹의 흰여우 가죽이 깔려 있었는데, 몸이 반쯤 빠져들 만큼 부드러웠다. 그녀는 따뜻하게 데운 배차 한 잔을 건넸다. 달콤한 향기가 백자 잔의 따뜻한 기운과 섞여 피어올랐다. 악정주의 손가락 끝이 잔 가장자리에 닿자, 습관적으로 세 바퀴 돌린 뒤에야 자리에 앉았다. 손가락 끝에는 방금 영경을 만지며 묻은, 천 년 된 현빙을 품은 듯한 뼛속까지 시린 추위가 남아 있었다. "꺼내 보자." 악정주가 손가락 끝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목소리를 매우 낮췄다. 말투에는 시표장에서 먹은 모래알의 거친 감촉이 여전히 묻어 있었다. 축한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옷깃 안쪽에서 그 면 가보 영경을 꺼냈다. 차가운 거울 몸체가 그녀의 검은색 무사복을 스쳤고, 탁자 위에 놓자마자 연한 금빛의 부드러운 빛이 흘러나와, 사람의 눈꼬리가 시큰거릴 정도로 밝아 반쯤 눈을 감아야 했다. 반 장 높이의 허영이 거울 몸체에서 떠올랐고, 빽빽한 사람 이름이 가지런히 나열되어 있었다. 주홍색, 등황색, 연청색 세 가지 색상의 표시가 어지럽게 박혀 있었고, 각 이름 뒤에는 일련의 숫자가 표시되어 있었다. 세 호흡마다 한 톨씩 옅어지며,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차가움이 탁자를 따라 손바닥으로 파고들어, 손가락 끝이 저려 마비될 지경이었다. 악정주의 손가락 끝이 사람 이름을 따라 위로 미끄러졌다. 가장 먼저 본 것은 등황색 표시 '축견람'이었고, 뒤의 숫자는 방금 삼십일에서 삼십으로 바뀌었다. 더 아래로 넘기자, 악가의 대장로이자 그의 친숙부 역시 등황색 표시였고, 남은 수명 역시 삼십이었다. 자잔 속의 배차를 한 모금 마셨다. 맑고 달콤한 맛이 목구멍의 모래 맛을 누르자, 그는 눈을 들어 축한리를 바라보았다. 상대방은 손가락을 허리 옆의 은주판에 얹고, 무의식적으로 구슬을 거꾸로 튕기고 있었다. '딸각' 소리는 벌레 우는 소리처럼 가늘었는데, 마침 숫자가 뛰는 주파수와 맞아떨어졌다. "이 표시는 자질에 따라 배열된 거야." 축한리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남쪽 지방 사투리는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워, 꿀에 담근 단도 같았다. "주홍색은 갑등 수확 대상, 자질이 가장 높아, 천명서가 영근을 빼앗은 후 가장 좋은 명빚권을 연성할 수 있어. 등황색은 을등, 가족 세력을 담보로 빚을 갚아. 청색은 병등, 숫자 채우는 산수야. 내가 계산해봤는데, 이 명단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최근 반 년간 천명서 혼약 매칭도가 가장 높은 후보들이야. 마치 온 강호의 고급 수사를 자질대로 도마 위에 올려놓고, 그들이 칼을 내리치길 기다리는 거지." 그녀의 손가락 끝이 갑자기 멈추었다. 가장 위쪽 줄의 주홍색 이름을 가리키며, 눈을 들어 악정주를 바라보았다. 구슬 튕기는 '딸각'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이것 봐." 악정주의 시선이 그 세 글자에 떨어지자, 순간 굳어버렸다. 심력천. 주홍색 표시, 남은 수명: 칠. 그의 주먹이 갑자기 꽉 쥐어졌다. 손톱이 손바닥의 부드러운 살을 파고들었고, 뒷목의 털이 순간 곤두서며 일어섰다. 며칠 전 밀명을 받았을 때는 음산한 비 오는 날이었다. 심력천은 형률사의 공당에 앉아 있었고, 오른쪽 무릎은 관복 아래에 숨긴 채 가느다랗게 떨고 있었다. 손에는 그가 평소 남들이 절대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낡은 형태의 낭호 붓을 쥐고 있었다. 송연 먹내와 오래된 선지 냄새가 섞여 흘러들어왔는데, 그 당시 그는 심총집이 북쪽 변경에서 얻은 구상이 도진 것이라 여겼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평소 철면무사한 '심철률'은 아마도 자신이 천명서의 수확 명단에 올랐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사흘 전 받은 밀명에 따르면, 심총집은 내게 칠 일 안에 천명서의 선별 실증을 확보하라고 요구했소. 그렇지 않으면 악씨와 축씨 두 족 전체의 영근을 폐기하고 역적 명부에 올린다고 했소." 악정주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갑게, 손가락 끝으로 그 주홍빛 이름을 가리켰다. "지금 보니, 이 칠 일의 마감 기한은 아마도 그 자신이 칼을 목에 들이대고 정한 것이었던 모양이오." 축한리가 주판을 거꾸로 돌리던 손이 멈췄다. 은빛 주판알이 흔들리다가 딸깍 소리를 내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결국 우리는 두 집안만 구하는 게 아니라 형률사 총집의 장사까지 떠안게 된 거야? 이 장사를 어떻게 따져봐도 우리 표국만 손해야." 그녀는 잠시 멈추더니, 손가락 끝으로 두 가문 주인의 이름 뒤에서 스물아홉으로 뛰어오른 숫자를 가리켰다. "삼십 일의 기한이 있는데, 우리는 만문 공의를 준비하는 데 닷새는 남겨둬야 해. 아무리 쥐어짜봐도 이십오 일 안에 모권을 손에 넣어야 해, 안 그러면 모두 이 죽은 장사에 파묻혀 피본을 다 잃게 될 거야." "형률사 밀고 수직 규정에 따르면, 축시에 교대할 때 삼 호흡의 틈이 생긴다." 악정주의 손가락 끝이 탁자를 두드렸다. "심총집이 앞서 말한 바에 따르면, 형률사 지하 밀고에는 천명서의 모든 비안 데이터가 보관되어 있다. 나는 형률사 병급 밀당 조회 권한이 있고, 경기 삼조의 암탐은 내가 조정할 수 있다. 내일 나는 삼 년 전 만경표국 멸문 구안을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밀고에 들어가겠다. 자네는 문서를 보내는 잡역으로 위장하여 몰래 들어가, 우리 각자 따로 모권 저장 노드를 찾도록 하지." 그가 말을 마치자, 반쯤 돌아가던 찻잔이 갑자기 멈췄다. 눈꼬리가 창턱 쪽을 스치며, 회색빛이 도는 무언가 하나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가는 흰 서리가 묻어있었고, 따뜻한 방의 주홍빛 숯불 빛 아래에서 특히 눈에 띄었다. 악정주가 일어나 걸어가서, 손가락 끝이 그 물건에 막 닿자,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기운이 손가락 끝을 타고 스며들어왔고, 희미한 눈 내린 후의 비릿한 냄새도 함께 느껴졌다. 회색 송골매의 꼬리 깃털이었다. 깃털 끝의 서리가 손가락 끝에 묻어 조금씩 축축하게 녹아내렸다. 이는 곽청애 휘하 '상준군'의 전용 표식이었다. 그는 정담결을 운전하여 창호지에 바짝 붙였고, 바람에 불려 팽팽해진 창호지가 차가운 기운을 머금고 볼에 닿았다. 담 너머의 호흡 소리가 스며들어왔는데, 깊이가 일정하지 않아 세어보니 적어도 다섯 명의 기초 중기 수사가 표국 외벽의 네 방위를 지키고 있었으며, 뒷골목의 개구멍까지도 꽉 막고 있었다. "포위당했소." 악정주는 그 깃털을 쥐고 돌아와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회색빛깔의 깃털과 연금색 명단의 허영이 부딪히며 특히나 눈에 거슬렸다. 소나무 숯이 마침 파라파라 타오르며 불꽃을 튀겼고, 따뜻한 방의 온도가 순간 반이나 떨어진 듯했다. 축한리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가라앉더니 손을 허리 옆의 단총 자루에 올렸고, 은빛 이빨로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아까 시표장의 이상 현상을 그들이 본 거야?" "그렇소." 악정주의 손가락 끝이 명단 위에서 뛰는 숫자를 가리켰다. 아까는 삼십 일 남은 수명이었는데, 지금은 스물아홉 날 반으로 뛰어내렸다. "그들이 지금 돌입한다면, 우리 손에 든 명단은 확실한 증거가 되고, 마침 천명서에 앞당겨 수확할 구실을 제공하게 될 것이오. 우리가 변명할 여지조차 없소." 축한리는 창밖의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를 훑어보더니, 주판알을 세 번 거꾸로 돌렸다. 악정주를 바라보는 눈빛이 마치 갈아낸 빛처럼 번뜩였다. "병력을 움직이지 말아요. 내가 밤새 내일 서북쪽으로 가는 표대를 준비하도록 사람을 시키겠어요. 우리 둘은 표사들 사이에 섞여 성을 빠져나가, 먼저 형률사 밀고로 가요. 명단은 특제 뽕나무 종이에 베껴서, 내 침대 위 그 금실 구름무늬 담요의 속에 숨겨둘게요. 아무리 수색해도 찾아내지 못할 거예요. 우리 이번 행차는 칼날 위를 걷는 표송이에요. 화물도 잃지 말아야 하고, 사람도 잃지 말아야 해요. 단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되요." 악정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상준 깃털을 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창밖의 바람이 휘파람 소리를 동반하며 휘몰아쳐, 창호지를 후드득거리게 했다. 그가 암탐을 불러와 지원하자고 말하려던 참에, 갑자기 창살에서 아주 가벼운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세 번 길게, 두 번 짧게, 바로 심력천이 그에게 준 일급 밀명 전용 연락 암호였다. 명단 위 심력천의 이름이 마침 그때 깜빡이며, 남은 수명이 육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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